스틸Steel은 현대 조각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조형 재료다. 매우 흔하고, 안전하고, 강하고, 무겁고도 가벼우며, 비교적 쉽고 편리한 기술적 가공으로 자유로운 형태와 크기, 그리고 반복적 생산성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과정과 숙련을 통과해야만 완성할 수 있었던 전통적인 주물작업이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다른 재료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탄력적 물성으로 작가의 고민과 수고를 덜어준다. 현대 문명과 산업의 혁신이 가져다 준 부 Wealth의 눈부신 특혜라 할만 하다. 21세기 선진국들을 아름답게 수 놓고 있는 팝-아트적 조각과 설치의 대부분은 녹과 독이 제거되어 잘 양육된 스테인레스 스틸이라는 몸 위에 귀한 감을 마르고 재단해 대단한 바느질로 완성한 옷을 입혀놓은 듯 패셔너블하기만 하다. 거칠고 차가운 피부에 광채와 생기가 돈다.
거의 모든 일상을 철(쇠)과 씨름하는 조각가 조권익.
그러나, 조각가 조권익의 스틸은 이러한 것들과 자못 무관한 듯 보인다. 태초의 핵융합에서 얻어진 최종 원소 철 Fe, 지옥처럼 이글거리는 용광로의 고난을 통과하여 단련된 쇠 Iron와 변화를 거듭하며 진보하는 강 鋼 Steel 이 모두 이 조각가의 손이 아닌 뜨거운 마음과 눈길에 사로잡힌 노획물이기 때문이다. 단호하고 무심한 주인을 간절히 사모하는 노예와 다름없다. 스틸을 자르고 용접하고 두드리고 구부리며 표면을 다듬는 조각가 조권익의 마음은 매 순간 사랑이 깃든 모든 생명인 흙에, 풀꽃에, 바람에, 숨소리에, 비와 햇살을 그리는 동심에, 그리고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머물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기계소리를 벗 삼고 거친 샌딩 작업을 하면서도, 검푸른 모노 크롬의 작품을 바라보면 너무나 사랑스러워 절로 휘파람이 날 것만 같다. 누가 스틸을 무겁고 차갑다고 했는가?
조권익의 스틸은 무게나 크기와 형태, 색과 질감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경쾌함, 나즈막히 읊조리는 시인의 노래와 심연에 빠져든 철학자의 침묵, 미동없이 굳건하면서도 작고 순수한 첫사랑의 미세한 떨림까지 그대로 전해주는 생명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강렬한 전율과 이끌림으로 녹슬지 않고 진보하는 마음을 조각하는 조권익은 이러한 압도적인 표현력으로 일찌감치 201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각가 조권익의 2022년 신작 ‘사람’ 시리즈 7점은 오는 11월 16일 (수)부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제2회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에서 콜렉터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며, 행사장 제4전시홀 X4부스, 갤러리 아트프레쏘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 구매 및 문의 : artpresso.songdo@gmail.com 인천광역시 연수구 센트럴로 263, IBS Tower 2482호 (주)아트프레쏘
Comments